예상 외로 알차고 흥미로웠던 <해결할 프로덕트 디자인>을 읽고

August 19, 2023

해결할 프로덕트 디자인

무지성으로 구매한 책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한 지 10년이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나1는 늘 배움에 목마르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인 책을 보면 무지성으로 구매한다. 게다가 이 분야의 책은 많이 출판되지도 않기 때문에 일단 눈에 띄면 바로 산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해결할 프로덕트 디자인>이 다루는 내용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구직할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모르고 구매했다.

사실 당장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생각이 전혀 없거니와, 과제도 포트폴리오도 제출하지 않고 이직해 온 내게는 이 책은 필요하지 않은 책이라 판단했다. 만약 채용 측면에서 본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 매니저도 아니라서 채용할 일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필요할까 싶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디자인 실기 테스트 A to Z

이 책의 일차적인 목표는 구직 중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디자인 실기 테스트를 잘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디자인 실기 테스트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고, 각 실기 테스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실기 테스트 결과물을 피칭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구직 중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읽으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실기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해야 하는 프로세스는 우리가 회사에서 프로덕트를 만들며 일할 때 거치는 프로세스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배우지 않았지만 이 분야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비전공자들이 본다면 어떤 식으로 프로덕트 디자인을 해나가야 하는지 감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웠던 디자인 실기 테스트 예제 편

10년 차 프로덕트 디자인 내가 흥미롭게 본 내용은 디자인 실기 테스트 예제 편이었다. 해당 챕터에서는 5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예시를 보여준다. 키오스크 인터페이스 디자인, ATM 경험 개선 같은 과제에서는 특정 하드웨어에 포함되는 프로덕트 디자인을, 아마존의 1인 출판 플랫폼, 프리랜서 전용 대시보드, 일차보건의료 개선 같은 과제에서는 다양한 도메인과 플랫폼을 위한 프로덕트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각 과정에서 어떤 생각, 어떤 이유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어서 디자인을 하는 저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성공 지표의 향연

예제 편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각 과제마다 성공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들도 예시로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데이터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으면 성공 지표를 잘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프로덕트 디자인 포트폴리오 아티클에서도 잘 다뤄지지도 않는다. 일단 성공 지표를 세우려면 데이터 드리븐 문화를 가진 조직이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2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나는 각 과제마다의 성공 지표 예시들을 보면서 어떤 걸 측정할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디자인 리더들의 현실 조언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챕터는 6장의 디자인 리더들의 현실 조언 편이었다. 디자인 실기 테스트에 대한 내용에서 갑자기 디자인 리더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일관성 측면에서는 조금 갸우뚱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너무 좋았다.

비즈니스, 디자이너가 넘어야 할 산

바비 고샬(Bobby Ghoshal)의 <디자이너는 마인드 셋을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할까>, 저스틴 맥스웰(Justin Maxwell)의 <창업을 꿈꾸는 디자이너를 위한 조언>을 읽고는 디자이너가 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지에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되새겼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엄청난 전문성을 쌓아서 최고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니까 브랜드, 이벤트, 그래픽 디자인은 내 분야가 아니라고 고고한 척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를 꿈꾼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려고 노력한다. 한 조직에서 영향력 있고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비즈니스를 알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바비 고샬과 저스틴 맥스웰의 조언을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그렇게 길지 않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1.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나 학교 수업에는 UX에 U자도 없었다. 프로덕트 디자인은 말모.
  2. 이와 관련해서는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경험, 저도 해보고 싶은데요 라는 글에서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 기술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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