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생각났던 이야기 셋 - 버스, 가사 있는 음악, 전세

January 23, 2022

1. 버스

서울로 이사오고 나서 사실 버스를 탈 일이 많이 없었다. 벌써 8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으니, 버스가 주 교통 수단이 아니게 된지도 꽤 되었다. 근래에 경기도쪽으로 집을 알아보면서 버스, 그 중에서도 광역급행버스를 탈 일이 많아졌다. 옛날 생각이 났다. 본가에서 출퇴근할 때 많이 탔던 버스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 시간들을 지독히 싫어했다. 1분 1초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분류의 사람이라서 그 시간이 아까웠다. 근데 오랜만에 버스를 타보니, 그 시간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휴식을 누릴 수 있게 해줬다는 걸 깨달았다. 음악을 들으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곤 했다는 게 기억이 났다. 어쩌면 기억이 미화된 건지도 모르겠다. 잠깐 타서 그렇지 매일 이렇게 타고 다니면 또 싫어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지금 나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깨달음은 얻었다.

2. 가사 있는 음악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늘 음악과 함께 지냈다. MP3라는 신문물이 나오기 전부터 카세트 테입, CD를 전전하며 어떻게든 음악을 들으며 살아왔다. 가사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라면. 근데 심리 상태가 안좋아지기 시작하면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머릿속, 마음속이 복잡하니 가사가 들리는 게 신경쓰이고 거슬렸다. 그때부터 가사 없는 재즈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명상 음악, 백색 소음만 들을 수 있는 상태까지 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금씩 상태가 좋아져서 그런지 다시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종일은 아니지만 많이 호전된 게 아닐까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서울재즈페스티벌에 가서 돗자리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가사 있는 멋진 음악들을 듣고 싶다.

3. 전세

매매는 시기상도 그렇고, 자금적으로도 그렇고 무리라는 판단이 서서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원격을 주로 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다 보니 집이라는 게 훨씬 더 내게 중요해졌다. 물론 전에도 너무 중요했지만, 이제는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투자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방이 2개 이상인 곳들을 찾고 있는데, 내 예산으로는 쉽지가 않다. 내가 원하는 조건이면 내 예산보다 항상은 살짝 더 비싼 게 부동산의 생태계인 것 같다. 그래도 미리 알아보고 있으니까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디 하루 빨리 집 걱정은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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